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남보원 별세

스타탄생 코미디로 데뷔해 57년간 코미디언으로 살아온 원로 코미디언 남보원이 별세했다. 순천향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병행 하던 중 이날 오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4세로 타계한 남보원은 지난해부터 건강 이상을 보였다. 이후 기력을 회복했지만 다시 의식을 잃는 등 치료와 퇴원을 반복하다 1년 넘게 감기를 앓으면서 컨지션이 조금 좋아질 때면 행사 일정을 소화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 폐렴 증상을 보이며 결국 별세 했다.

 

이북5도 출신으로 한국전쟁 때 월남한 실향민이기도 하다. 평안도 사투리로 실향민의 아픔을 희극적으로 묘사한 콩트와 처음으로 사물의 소리를 성대모사하면서 후배 백남봉과 함께 전성기 인기를 누렸다.

 

개그맨으로 성대모사가 주특기인 정종철 이전에 사물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고 어떤 사람이나 사물이든 한 번 들으면 소리를 복사해내는 능력을 바탕으로 폭격기 폭격음 모사, 일왕 히로히토 항복 방송 성대모사는 남보원의 전매 특허였다. 특히 통통배 모사, 기차가 운행하는 소리 등 원조격이 전하는 느낌은 달랐다.

 

코미디언 중에서도 처음으로 원맨쇼 형식 무대를 개척한 인물로서 극장식 코미디가 유행처럼 주를 이루던 시기 홀로 무대에 올라 TV쇼 프로그램을 진행해 70년대와 90년대 초까지 단연 독보적인 인기를 구사했다.

 

현존하는 예능 방송계 인물 중에서 송해를 제외하면 제일 어르신이다. 후배 코미디언이자 콤비로서 단짝이었던 백남봉이 타계하자 남보원은 사흘간 빈소를 찾아 나보아 어린놈이 먼저 가다니 말이 안된다. 하늘에서 다시 만나 투맨쇼 하자고 비통해 했었다.

 

남보원의 타계 소식을 접한 코미디협회장 엄용수는 선배님게서 3년 전에 감기가 오셨지만 계속 치료하면서 공연하러 다니시다 보니 병이 커진 것 같다. 일단 무재에 올라가시면 마이크를 안 놓으시고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안 내려오셨다며 무대에 대한 열정만큼은 뜨거웠다고 표현했다.

 

고목처럼 오랜 시간 건강하실 줄만 알았던 남보원의 타계 소식은 후배들도 미처 대처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생전 고인의 사물모사 능력에 대해 미리 녹음 같은 걸 해뒀다면 큰 문화유산이 됐을 것이라며 엄용수는 이를 안타까워 했다.

 

각본에 짜여지거나 대본에 있는 형식적인 걸 하기보다 애드리브로 독창적인 원맨쇼를 해냈던 코미디계 원로 넘버원이었기에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고인은 한국 코미디를 이끌어온 공로와 해외동포 위문 공연 등 활동을 인정받아 1997년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대상인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고인의 빈소는 삼성 서울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며 장례는 코미디협회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23일이다. 장지는 경기도 남한산성 가족묘다. 유족은 부인 주길자 씨와 두 딸이 있다.